나의 커피이야기 - 홈카페를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오늘 이야기해 보려는 것은 IT블로그에 어울리지 않는 커피 이야기이다. 그것도 전문적인 커피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커피 이야기이다.
어제 아침에 피드의 새 글을 읽다가 커피 이야기를 접했다. 커피 머신에서 추출한 후 한번 더 드리퍼를 통해 걸러진 커피...
그 글을 보면서 드립커피의 맛이 일정하겠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유분이나 미분이 걸러지는 효과도 있으니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름 홈카페랍시고 운영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변잡기이니 대단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실망하실 것이다.
옛날 커피
요즘이야 집 밖을 나가서 한 발작만 떼면 보이는 것이 커피집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하여 개인이 하는 커피 카페 등 너무나 많은 수가 보인다. 저기 커피집이 생겼네 하면 어느 날은 없어지고 생기기도 많이 하고 없어지기도 많이 한다. 가히 커피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다방이 참 많았다. 사무실이나 업장에 손님이 오면 다방에 커피를 주문하고 종업원이 오면 난 "둘둘둘", 아니 난 "둘하나둘"... 다방에 가면 종업원이 옆에 앉아서 "어떻게 타 드려요?"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다방이 그리운 것은 커피보다도 계란이 동동 뜨있던 쌍화차 때문인가...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오면 커피, 프림, 설탕을 담은 병 3개를 가져다 놓고 어떻게 타 드려요 하고 묻던 시절이다.
그랬던 커피는 커피믹스가 나오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요즘도 믹스커피를 가끔 마시지만 어르신들에겐 커피 하면 믹스커피이다. 어쩌다 아메리카노를 사다 드리면 "이걸 뭔 맛으로 먹니"하신다.
한 때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커피믹스를 달고 살았다. 출근하자마자 한잔, 중간에 한잔, 점심 먹고 한잔...
그러던 중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생기면서 나의 커피 생활도 변화가 생긴다.
스타벅스의 충격
시청역 근처에서 일할 때였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를 사겠다는 동료를 따라서 스타벅스를 처음으로 갔다.
놀랐다. 분위기에 놀라고, 커피머신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커피량에 놀라고...
한때 그 많던 카페베네가 없어지고 이제는 스타벅스의 독주체재... 그러나 맛은??? 어쩌다 쿠폰이 생기면 가지만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는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아침마다 카페라떼를 한잔씩 먹는 습관이 생겼다. 이 습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중 옆지기가 커피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하더니 드립커피 도구를 싸왔다. 핸드밀로 열심히 갈아서 내려먹던 커피... 그것이 홈 카페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드립커피가 참 어렵다. 내릴 때마다 맛이 달라...
첫 번째 커피머신
그러던 중 집에서 라떼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커피머신을 구입했다.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사진의 커피머신과 비슷한 필립스의 제품이었다. 원두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자동머신이었다.
커피야 자동으로 나오지만 우유 스팀은 어려웠다. 항상 라떼를 먹고 싶었지만 카푸치노에 가까운 커피가 되었다.
에스프레소 분쇄도 조절은 되지만 추출되는 커피만으로 판단하기엔 조절하기 힘들다. 대충 뽑아 주는 데로 마셔야 한다. 원두와 궁합이 잘 맞으면 쫀득한 에스프레소를 뽑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좀 밍밍한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참고하시길...
또 하나의 단점은 청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원두통이 머신 위 쪽에 달려 있는데 오래 사용하다 보면 안쪽에 커피 가루가 쌓인다. 분해해서 청소해야 하는 데 쉬운 작업은 아니다. 게다가 오래되면서 추출유닛의 바킹이 헐거워져 갈아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A/S 비용이나 사설에서 고치는 비용이나 만만하지 않아서 중고로 팔아버렸다.
두 번째 커피머신
그림과 같은 머신이면 좋겠지만 아니다. 그림은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이다. 요런 머신 나오면 사고 싶다. 이쁘고 튼튼해 보인다.
지금 사용중인 모델은 '보랄 더 쉐프 에스프레소 BR-CM1350'이라는 저가모델이다.
요렇게 생긴 놈이다. 저가 가정용 머신이 거의 다 중국산인 만큼 이 넘도 중국산이다. 이 넘을 필립스머신 판돈으로 당근에서 바텀리스 포터필터와 함께 6만 원에 엎어와서 잘 사용하고 있다. 외관은 플라스틱으로 사진과 다르게 허접하다. 성능은 그런대로 괜찮다. 99000원 할인가에 정리 세일 많이 하더니 지금은 12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1년째 사용 중인데 아직은 쌩쌩하다.
추출 성능 : 포터필터에 걸리는 압력은 아니지만 기압계가 달려 있어서 분쇄도를 조절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9 bar가 적정하다고 하는데 그건 포터필터에 걸리는 압력이라 경험으로 보면, 기압계 11 bar가 적당한 것 같다. 그때가 쫀득한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뽑아주는 것 같다.
스팀성능 : 이전에 사용하던 필립스 머신보다는 훨씬 낫다. 카푸치노용 노즐을 빼고 고무를 위로 올리면 나름 롤링도 되고 라떼아트를 할 정도의 스팀이 된다. 그렇다고 상업용 머신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유 스팀을 하고 나면 물이 좀 많이 썩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라인더 :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머신보다 중요한 것이 그라인더이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안 돼요"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분쇄도가 굵어서 안된다. 알리에서 직구로 150달러 정도에 구입한 거 같다. 지금은 각종 쿠폰 적용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거 같다.
티타늄 코니컬 버 (Conical Burr)를 사용하는데 분쇄도 잘 되고 커피맛도 괜찮다. 이전에 국내에서 이것보다 저가인 그라인더(중국산)를 잠깐 사용했는데 만족하지 못했다. 에스프레소 추출할 수 있는 분쇄도로 갈리기는 하는데 내부에 커피가루가 너무 쌓였다. 지금 이 그라인더는 "이만하면 되었다"하고 사용하고 있다.
원두 : 처음에는 집 앞 커피숍에서 200g에 9000~11000 사이하는 원두를 사 먹었다. 그런데 감당이 안 돼서 지금은 인터넷에서 1kg씩 판매하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로스팅한 것을 바로 보내 주니 좀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가끔 마트에서 원두를 보는데 로스팅한 지 1개월이 넘어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꺼려진다. 한 번 로스팅일자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있어서 사 왔는데 깨진 부스러기가 너무 많아서 그 뒤로는 사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원두도 이곳저곳 여러 곳에서 시켜보면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몇 개월 전부터 한 곳의 원두가 맘에 들어 꾸준히 시키고 있다. 원두크기나 껍질포함여부 일정한 로스팅 상태 다 맘에 든다. 그런데 가격이 들쭉날쭉한 게 흠이다.
51mm 머신이다 보니 원두량은 16g이 적정량이다. 유튜브를 보면 추출압이 안 올라간다고 18g씩 넣는 경우를 봤는데 추천하지 않는다. 그냥 분쇄도를 더 가늘게 해서 추출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15.5g에 맞춰서 분쇄도를 조절해서 기압계상에 11 bar를 맞추려고 한다.
"추출시간을 30초를 넘기지 마라" "추출량을 60ml에 맞춰라"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정답은 없다. 어떤 바리스타 분은 원두량을 줄이고 분쇄도를 높이고 추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뽑는 분도 있고 그 반대인 분도 있고 각자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다. 중요한 건 맛있는 커피를 뽑는 것이지 뽑는 방법이 아니다.
그 외에 디스트리뷰터를 사용하고 있다. 탬퍼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템퍼는 수평으로 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냥 디스트리뷰터로 깊게 돌리면 템핑이 필요 없다.
원두는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콜롬비아 수푸리모를 쓰고 있고, 추출할 때 포터필터 바닥에 드립용 필터를 동그랗게 오려서 깔고 있다. 유분과 미분을 걸러내는데 효과적이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서 바닥에 미분이 남는 것이 찝찝하다면 사용해 보기를 권한다.
충동적으로 머신을 구입했다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경우를 많이 본다. 처음 부터 비싼 머신을 사지말라고 하고 싶다. 보급형 51mm 머신부터 사용해 보고 나서 나중에 구입하라고 충고한다.
지금 사용하는 머신에서 업그레이드 한다면 58mm 상업용 포터필터를 사용하고 3way 밸브가 있는 머신 으로 업그레아드 하고 싶다. 저렴한 머신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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